◇ 날적이

2018.04.05

아맹꼬 2018. 4. 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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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작년 9월부터 항암을 시작했다.

3차까지는 암세포에 영향을 주었는데 그 이후로는 항암이 듣지 않았다고 의사가 말했다.


사실, 난 아빠가 77세의 나이로 항암을 시작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의사의 그 말에 그럴거면 차라리 항암을 권하지 말고 삶을 즐기라고 하지 그랬냐고 ...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


아빠가 항암을 시작해서 완치가 되어 몇년이라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해도 되겠지만

만에 하나 병원만 다니다가 끝나면 그게 뭐냐고.. 

항암을 시작한다고 할 무렵, 엄마에게 내 뜻을 비친 적이 있었지만

본인이 병원을 원한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4월.

현재 아빠는 항암도 무엇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병원에 누워서 멍하니 있다가 자다가 

인간의 기초적인 본능을 유지하면서 그렇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


동생은 병원을 가지 않았더라도 암세포가 장기를 갉아먹는 동안 겪어야 할 

온갖 병증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니 놀러다녔든, 병원에 있든 결과는 같았을 거라고 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지나간 시간동안 선택을 했고 겪어보지 못한 것은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남이 결정해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는 한달 혹은 그보다 빨리... 혹은 두어달... 본다고 했다.

의사가 신이 아닌 다음에야 사람의 생명을 어찌 가늠할 수 있겠어.

다만, 그 기간안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별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겠지.

갑작스런 죽음이 아닌 게 다행이란 소리도 들었지만

그 또한 잘 모르겠다.


아빠와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죽음으로 이별을 하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뿐이므로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은 친구는 준비를 할 시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아빠 본인은 물론이고 병수발을 하는 엄마의 힘듦을 생각하면

어느 것이 좋다.. 라는 것을 말할 수가 없다.


살아만 있어도 좋다.... 연명치료 거부를 한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할 건데.. 라고 이야기하는 건

이별을 이미 겪은 사람의 이야기지, 현재 진행형인 사람은 그런 소리를 할 수 없다.



지나간 후에는 진행중일 때의 마음과 달라져있을 것 같아서.. 

현재 내 생각을 한번쯤 기록해 두고 싶어서 아침부터 우울하게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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