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아이들 이야기 232

형제이야기. 해열제가 무섭다

몇달 지난 일이다. 큰아이가 고열이 나서 평소대로 해열제를 먹였다. 지금까진 부루펜계열 해열제를 먹였는데 한동안 애들이 아프지 않아서 날짜 지난 약들을 정리하고 남은 게 맥시부펜이라 그걸 먹였다. 복용량과 시간 잘 지켜서 먹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아이 체중에 맞게 먹였어야 했는데 적혀있는 나이 중심으로 최대치를 먹인 것 같다) 체온은 정상이지만 너무 빨리 떨어져서 일종의 저체온증처럼 애가 파리하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핏기없이 파리한 얼굴의 아이가 자기 상태가 이상한지 겁내하는 데 지금까지 보던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입술이 말라서 이상해졌다는 말에도 크게 놀라며 자기 입술이 이상해졌냐고 반문하는 아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소보다 갈라진듯한 목소리와 놀란 사람..

첫째이야기. 엄마랑 말 안 해

시작은 수학 문제 풀기였다. 잘 모르겠다며 엄마가 온 다음 풀겠다고 한 걸 어제 게임에 정신팔려 깜빡하고 자서 오늘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 매우 간단한 거였다.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180도 다. 직선의 각은 180도 다. 그걸 이용해서 푸는 거고 이 내용은 문제 바로 옆에 친절하게 씌여 있었다. 그걸 모르겠다며 우는 녀석을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방학동안에 한해서 쏙셈 하나 하는건데 녀석에겐 버겁다고 난리다. 한학기 선행이긴 하고 알아서 하길 바라는 게으른 부모 밑에서 고생 아닌 고생을 하는거니 어느 정도 인정을 한다만 매번 우는 건 아니지 않나. 여튼 그 일로 마음이 상했는데 풀지 않은 문제와 틀린 문제와 새로운 거(원래 정해진 양)까지 해야하니 더욱 뾰루퉁. 그래도 조금 풀린 상태로 자..

가운데든, 가운데를 둘러싸든

퇴근 중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흥분된 목소리로 둘째가 태권도학원에서 어떤 아이들에게 맞았고 누워있는데 발로 밟기도 해서 그래서 팔도 아프다고 한단다. 하도 울어서 눈이 부었다고 하더라. 관장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알아보고 이야기해준다고 했는데 30분이 넘도록 답이 없다고. 아이말만 듣고 상황판단을 할 수 없기에, 전화를 끊고 메인관장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아이들끼리 놀다가 격해져서 서로를 공격했다고, 더군다나 둘째가 대장같은 아이가 어떤 아이를 공격하라고 할때 함께 하는 축이었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 머리가 더 아파왔다. 싸움 속 아이들은 6,7세인데 뭔가 좀 꺼림직한 내용이었다. 집에 와서 둘째에게 물어보니 도장에서 술래잡기를 하다가 탈의실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 안에 있던 애들이 나이와 이름을..

첫째이야기. 혀말기

언제부터인지 혀를 u모양으로 만들고 하는데 안되서 자기는 안된다고 낙담 약간 하더니 계속 연습한 결과 어제부터 성공했다. 애들은 (어른이 보기에) 정말 별거 아닌 일로 성취감을 느낀다. 이런 소소한 경험들이 자존감과 연결되길. 휘파람 부는 것부터 시작해서 와이책에 유전 관련 내용을 보고 혀말기 연습을 더욱 매진한 것 같다. (중고로 한두권씩 산 게 요즘 들어 제 역할을 한다) 7세 어린이는 혀말기가 안되서 나는 납작하게만 되요 라고 해맑게 이야기한다. 우리집 애들은 그런 일로 왜 나만 안되요 못해요 하면서 징징거리지 않는다. (다른 꺼리로는 자주 한다. 왜 ㅁㅁ이만 게임해요 왜 형만 해요) 다행이다. 혹시 다른 집 애들도 다 그런건가? ㅋㅋ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 때 사진만 있네. 참! 오늘 알게된 내용 ..

[첫째 이야기] 나쁜 친구, 좋은 친구

큰아이를 일단 방학에만 태권도학원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1주 가량의 시간이 있지만 그전에 아이와 태권도 선생님이 안면을 터놔야겠기에 오늘 데려가서 인사를 시켰다. 사범선생님이 아이의 성향을 알아보기위해 이것저것 이야기도 하고 태권도의 장점도 주입?시키는 과정에서 태권도를 하면 나쁜 친구의 꼬임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는데 궁금증이 일었다. 나쁜 친구란게 뭘까? 아이에게 물었다. 나쁜친구란게 어떤거인것 같냐?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라 큰아이는 치카한다며 회피한다. (둘째는 즉답. ㅋ 예전에 큰애친구가 장난친다고 속인걸 들어가며 이야기하더라) 어른들이 생각하는 나쁜친구의 개념과 아이가 생각하는 나쁜친구의 개념은 다를 거다. 그리고 그 기준은 연령대마다 달라지겠지. 서로가 잡은..

[둘째 이야기] 이것저것 하기 좋아하는 특성

첫째에 비해 둘째는 이것저것 하고싶은 게 많다. 큰애는 게임만 하게 해주면 그 세계에서 나오지 않을 자신이 있을 정도다. 그에 반해 둘째는 게임도 길면 한시간 하다 다른걸 한다. 오늘 티비에서 예술가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왔다. 고층건물 위에서 보이는 모습을 그리는 거였는데 꽤나 흥미로워 보였다. 즉시로 애아빠가 둘째한테 동일하게 바깥건물을 그려보라고 했다.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있다. 첫째는 역시나 게임 중. ㅋ 마트가서 두번째 생일선물을 골랐는데 클레이다. 원래 사기로 했던 것보다 싼 가격의 물건이 디피되어 있길래 그걸로 유도하는 아빠의 말이 너무 웃겼다. 이게 제일 무겁잖아. 그러니 이게 제일 좋은거야. 아이는 금새 납득한다. 역시 7세의 뇌는 거기까지구나. 집에 돌아와서 바로 갖고 놀고 어지..

[첫째 이야기] 용돈 천원

어제 저녁 천원짜리 두장이 생겨서 기분이다 싶게 큰넘에게 용돈이다고 주니 한장은 동생에게 용돈이다라고 하며 넘기더라. 그리고 한장의 쓰임을 묻고는 학교에 가져가도 된다는 말에, 니 맘대로 써도 된다는 말에 진심 가득 담긴 얼굴로 고맙습니다 90도 폴더 인사. 급기야 큰절까지 하더니 절을 두번이나 한다. 절 두번은 죽은 사람한테 하는거야 하니 객쩍은 얼굴로 드러눕다가 금새 세상 다가진 표정이 된다. 지금은 몇백이 생겨도 내가 아들만큼 순수하게 기쁜 표정을 지으며 기뻐할 자신이 없는데(막상 생기면 좋아하려나. 세금 안떼면 진심 좋아할지도). (울 둘째는 꼬깃꼬깃 접어서 저금통에 넣었다. 지금 녀석은 저금통마다 돈을 넣어두고 있다. 벌써 분산투자하나)

[첫째 이야기] So Sweet

언제부터인가 뽀뽀를 거부하는 둘째와는 달리 첫째는 뽀뽀를 즐기게 되었다. 요즘은 되려 지가 먼저 한다. 어제 함께 자요 하는 걸 안들어주다가 올라가 옆에 누우니 갑자기 뽀뽀세례를 퍼붓는다. 은근 감동이다. 오늘은 애아빠가 큰애보고 엄마(나) 머리에 흰머리가 있다고 뽑으주라길래, 아이 앞에 앉아서 묶은 머리를 풀었더니 그 모습이 더 이쁘다며 갑자기 정수리에 뽀뽀를 하는게 아닌가. 은근 심쿵. 이거 내 아들 맞아? 아이들 얼굴에 뽀뽀할때의 그 표정이 좋아서 자꾸만 뽀뽀를 하게 되는데 첫째도 그걸 알아버린걸까? 감은 눈과 입가에 가득한 그 달콤함. 이젠 아들이 해주는 뽀뽀의 달콤함도 알아버렸군.

[둘째 이야기] 왜 나만 ~~ 못하게 해요!!!

요즘 우리 둘째가 미는? 말이다. 왜 나만 못하게 하냐왜 나만 안 주냐 뭔가 비통에 가득한 목소리로왜 나만~~~!!! 어제는 코코아를 타주는데 너도 마실거냐 물으니 먹는다길래 타 줬다.근데 두잔의 코코아 중 하나는 우유가 덜 들어가서 좀 뜨거운 느낌이다.상대적으로 뜨끈한 걸 잘 먹는 둘째에게 잔을 건네니뜨겁다고 울면서왜 나만 못 마시게 해요~~!!! 란다. 눈물이 그렁그렁. 지난 주말에 친할머니,할아버지와 마트를 가서 두분 필요하신 물건만 담고 있었는데카트 안에서 짐짝처럼 들어가있던 녀석이치사하게 왜 나만 안 사줘요!! 라고 통곡한다.(결국 장난감을 얻어내고야 말았음) 여튼 언제까지 그러나 보자.

[첫째 이야기] 엄마! 친구 풀게 해줘도 되요?

큰 아이가 어제 전화를 걸어오더니 "엄마, 내 친구 OOO이 문제 풀고 싶다는 데 풀게 해줘도 되요?" "아니야. 니가 풀어." (상황 이해를 위한 설명 : 아들은 방학 동안 쏙셈 한장 씩 학교 가지고 가서 풀기로 했다) 3학년이 아직 되지 않은 10살 아이의 순진함이여!이제는 엄마가 너의 필적을 눈여겨 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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