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적이 337

1Q84의 달

어지러운 꿈을 꾸었는지 잠을 자기는 한건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 일어나면서 잠이 확 깼다. 베란다가 환해서, 추석까지 밤마다 폭우가 치느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그! 달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베란다에서 바라본 달은 3개였다. 갑자기 하루키의 1Q84에서의 달이 떠올라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다. 인별에서 핸드폰으로 달 사진 찍는 방법까지 검색해가며 달을 찍었다. 찍힌 달은 2개였다. 실상 베란다의 이중유리에 비친 모습인걸 알면서도 책 내용은 다 까먹었지만 달만은 기억해냈구나. 순간의 동일성이 이렇게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단 게 신기했다. 세 개의 달. 이건 방충망 효과를 톡톡히 먹인 달이다. 뭔가 홀리하다. 새벽 2시반에 이러다가 다시 누워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3시반인가에 ..

◇ 날적이 2021.09.23

베란다 사과나무 잎이 말라버리는 이유

작년에 무성했던 잎들이 말라서 떨어지고 몇개월을 앙상한 나뭇가지로 있었더랬다. 엄마가 죽은 거 뽑아버리고 다른거 심으랬는데 죽었으면 쉽게 뽑힐건데 그러지도 않고 발아해서 키운거라 아깝기도 해서 그냥 냅뒀더니 다시금 잎이 돋고 장족의 성장까진 아니더라도 잘 자랐다. 그리고 다시금 사과나무 잎이 말라비틀어지고 있다. 이런식으로. 여러 글을 찾아보니 하나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계절. 지금 무지하게 더워서 가을인지 여름인지 체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사과나무는 계절의 변화를 아주 격하게 느끼고 있는거다. 아직 전체적으로 잎들이 변한건 아니지만 조만간 다 떨어지겠지. 내년 3월쯤 1자로 자라는 걸 Y로라도 만들기 위해 한번 잘라줘야겠다. 가끔 잘자라던 것이 순식간에 죽고 또 죽을 것 같아서 방치해놓고 있으면..

◇ 날적이 2021.09.13

쌓여가는 책들

책을 읽다보면 책안에 또다른 책이 언급되거나 그 안의 문장이 발췌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던 책이 마음에 들 경우 언급한 책도 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책이 꽤 쌓인다. 나의 읽는 속도나 집중력에 비해 사는 양이 더 많단 이야기겠지. 내 수준보다 높은 책들도 가끔 겁없이 구입해서 서문 간신히 넘기고 다음을 기약할 때도 다반수다. 지금도 침대에 세권이나 쌓여있다. 발치에도 읽다만 책이나 읽으려고 사둔 책이 14권. 거실 책꽂이에도 다량의 책이 손길, 눈길을 기다린다. 아마도 그럴것이다. 뭔가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읽다만 책들이 난 언제 다 볼거냐고 묻는것 같다. 산책자들, 마션이 투덜대고 있다. 멀티유니버스는 음. 지금은 황현산님의 밤이 선생이다가 승자다. 다들 기다려.

◇ 날적이 2021.09.03

이번엔 뭇국

끓으면서 고기핏물 굳은거 다 건져내니 맑은 국물이 되었다. 무 잘라서 고기랑 다진마늘이랑 함께 볶는다. 후추, 맛술, 참치액젓, 국간장도 넣고 볶볶. 그리고 물 붓고 소금으로 간하기. 마음가짐의 차이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지 전업의 길을 정하고나니 음식맛이 한단계 좋아졌다. 우하하. 보글보글 동영상. 엄마 생신용 뭇국인데 다른 요리는 없다. ㅠㅠ 칠순 이후엔 소화때문에 뭇국을 끓인다고. 아. 환갑인가? 제대로 아는 게 없군. 덧. 처음에 제목에 무국으로 썼다가 사전 찾아보니 뭇국이 맞아서 수정함.

◇ 날적이 2021.08.31

점심. 부찌

어제 사리만 빼고 부찌를 끓여 먹었는데 반절이 남아서 거기에 양파랑 호박 더 썰어넣고 큰애가 라면 꼭 넣어달란 요청에 어제의 사리까지 가운데 넣고 바글바글. 간만에 형태적으로 입맛 돋우는 비주얼이 나와서 동영상 찍어봤다. 보글보글 바글바글 어제 스팸 반개에 두부 반모에 양파 반개 넣고 끓인 베이스에 오늘 추가된 호박,양파 덕분에 국물이 완전 달아. 대기업 콜라보지만 만족한 점심이었다.

◇ 날적이 2021.08.27

회사란 무형의 존재가 형태를 띄게 될 때(1)

23살 12월 선배의 소개로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양재의 한 회사에 입사했다. 그곳에서는 다음해 4월까지 다녔다. 짧은 기간 다녔지만 쎈 에피소드가 있었던 곳이다. 입사 한달만에, 그것도 바로 전 주 토요일에 명함을 대학 동호회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온 후의 월요일에 사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넌 여기랑 맞지 않는것 같다며 나가라고 했다. 그때의 회사는 벽이었다. 나를 몰아내는 그런 벽. 나가란 소리를 듣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옆자리 대리님이 icq라는 메신저로 무슨일이냐 묻는다. 사실대로 말하고 가방을 꾸리는 중이었던가. 사방에서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들린다. 솔직히 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게 뻔했고 그게 너무 짜증났다. 좀 지나서 나보고 있어보라고 하더니, 며칠동안 출근은 하되 회사 주변에..

◇ 날적이 2021.08.19

퇴사가 결정된 후, 어디까지 일을 하고 나가야 하나.

하면 하는 일인데 나가기 한달 가량 남은 이 시점에 책임을 요하는 일을 건드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남은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그냥 두고 나오는 게 나을까. 전자를 선택할 경우 똥 싸다 만 꼴이 될 수 있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엄청난 욕을 들으며 수명연장 이러든 저러든 욕 먹긴 매 한가지인데. 일단 만들어놓고 주석처리하고 있다. 페이지 하나하나 배포하는 게 아니라서 중간중간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9월 16일까지 개발일을 하고 영원히 끝이 날까나. 컴파일이니 뭐니 집에서 할 일도 없겠지. 그리고 몇개월 지나면 다 까서 먹으려나. 나름 센스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은 아깝기도 하고 막상 다른 언어를 공부하려니 공부한다고 써줄 곳이 있을까 싶기도 하구만. 닷넷 웹쪽만 십년 넘게 해서 cs프로그램 ..

◇ 날적이 2021.08.19

말표맥주

편의점 4형제? 중 마지막 말표 맥주 이건 흑맥주다. 십수년 전 집 근처 술집에서 흑맥주 달라니 일반 맥주에 뭔가를 타서 주던데. 맛은 엄청 썼던 것 같다. 그러고나서 한두번 더 흑맥주를 마셔봤는데 그닥 맛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흑맥주를 사지 않았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흑맥주를 마셔봤다. 4.5프로 알콜도수. 거품도 덜하다. 시꺼먼 물. 커피아님. 목넘김 부드럽다. 정말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한번쯤은 다시 먹을 용의가 있다. 인별에 올리니 권해주는 맥주가 많더라. 다 마셔볼 날이 올까나. 다른 건 몰라도 곰표는 더 마시고 싶군.

◇ 날적이 2021.08.17

희귀동전 찾기. 72년 발행 50원

자잘한 걸 모아두기 좋아해서 결혼 전에는 특정 저금통에 동전 하나씩 넣어두곤 했는데 각 동전마다 귀한 시기가 있다는 것만 보고 모아둔 동전들을 뒤져봤다. 헌동전들과 함께 넣어둬서 새동전들도 헐어지고 딱히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네. 쩝 10환짜리도 있고 5원짜리도 있다. 사진엔 없지만 상태 안좋은 상평통보도 있다. 과연 난 몇 살인가. 새로 바뀐 장난감같은 1원들 근데 68년부터 이렇게 바뀐거였나. 모르겠다. 세로 디자인에서 가로 디자인으로 변경된 1원들이다. 그나마 거의 연도별로 있는 50원들. 72년 50원도 있다. ㅋ 최근에 발행된 동전들은 카드 사용으로 모으기 더 힘드네. 10원짜리들. 얘네들도 많은 편이군. 희귀년도라는 66년과 70년 동전도 있지만 미사용이 아니라서 그냥 내 개인 컬렉션으로 만족해..

◇ 날적이 2021.08.15

사과나무 근황

작년 3월28일에 거의 새싹이었던 사과 나무가... 30센티정도로 잘 자라다가 갑자기 잎사귀들이 쫙쫙 떨어져 나가서 가지 맨 끝에만 작은 잎사귀들이 간신히 움켜잡고 있었었다. 곁가지도 하나 없고 위로만 자라는 게 뭔가 내가 아는 나무와 다르네. 엄마는 뽑아버리고 다른 거 심으랬는데 죽은 것 같진 않아서 냅뒀었다. 여튼 그러던 사과나무가 올 봄부터 다시 소생하더니 지금은 이렇게 기다란 나무가 되었다. 대도 여리여리해서 지줏대가 없으면 휘어질 것 같다. 저 화분은 유칼립투스 사면서 함께 산거였는데 이전 주인이 다이하고 사과나무가 차지했다. 좀 볼품은 없네. 쩝 근데 사과나무는 원래 곁가지를 치지않나? 사과를 제대로 맺게하려면 접붙이기를 해야한다는데 난 그냥 키우는거라 그럴 생각도 없거니와 접붙일 것도 없다...

◇ 날적이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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