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적이 337

퇴사 소식, 아이들에게 전하다

큰애가 세금내는 아이들을 다 읽고 너무 재밌다며 줄거리를 읊기 시작한다. 그러다 시우가 백수가 된 이야기를 할때, 엄마도 이제 백수가 될거라고 추석 전까지만 회사 다니고 이후엔 집에 있을거라고 했더니. 큰 애 눈이 똥그래진다. 작은애나 큰애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는 회사를 나가던 사람인데 안나간다니, 그보다 돈을 안번다니 이상한가부다. 아, 그럼 엄마는 코로나가 끝나도 집에 있는거예요? 이 말을 하는 큰애의 얼굴에 은근한 웃음이 번지길래, 애들이 그래도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두 애를 안아주었다. 근데 큰 녀석 안기면서 하는 말이 그래도 돈은 벌어야...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글을 쓰고보니 곱씹게되는구나. 백수엄마라는 게 당체 가능한 말이려나. 일하지 않는 엄마라. 집안일 많이 할건데.....

◇ 날적이 2021.08.12

퇴사선물을 골라보다

부서 내에서 10만원 상당의 퇴사 선물을 주는 게 있어서 뭘 받으면 좋을까 고민을 해본다. 1. 뜨개실 2. 코바늘 3. 메가커피 상품권 4. 스뎅후라이팬,웍 세트 ... 딱히 꽂히는 게 없다. 어떤 걸 받아야 길이길이 보전할 것인가 그런 관점에선 2번,4번인데. 2번은 저렴이 세트로 구비한 게 있어서 비싼 걸 다시 들여야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4번으로 해서 26센티 후라이팬, 26센티 웍, 20센티 웍 이렇게 3개하면 얼추 10만원(꽉 채울 수가 없네) 1번 털실을 사면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겠지만 (결과물을 당근 통해서 팔 수도 있고) 보관의 문제 등등이 있어서 아무래도 꺼려진다. 역시 4번이 제일 유력하군. 랑군에게 메가커피 이야기하니 그것도 나쁘지않겠단다. 집앞에 있으니 가끔 나가서 마시는거지...

◇ 날적이 2021.08.10

첫 뜨개가방 판매

가방을 계속 뜨고 여기저기 주다가 더이상 줄 사람도 없고 한번 팔아보란 말에 당근에 올려봤다. 최초 등록은 거의 한달 전인가 그럴건데 8월1일 끌올에 한분이 사겠다고 채팅이 왔다. 나름 저렴한 가격에 올려놔서 관심이 있으려니 했는데 계속 없어서 에이 모르겠다하고 가끔씩 끌올하고 있었던건데 ㅠㅠ 왠지 감격. 이 거래 덕분에 편의점끼리 하는 반값택배도 알게 되었네. 그리고 오늘 물건을 받았는지 후기가 왔다. 무려 코멘트가 달린 후기. 더욱 감동. 가방 판 돈으로 삼각김밥 큰 거 네개 사고 아이스크림 사서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내가 만든 가방이 팔렸다는 게 중요한거다.(사실, 가방가격으로 삼각김밥 네개도 온전히 못 살 정도로 쌌다) 이제 돈벌이를 못한다 생각하니 이런 것 하나가 소중하다. 엉엉엉.

◇ 날적이 2021.08.08

쌍무지개 보고 가세요.

지인이 쌍무지개 사진을 보내왔다. 지금 무지개가 떴다고. 베란다를 내다보니 울집에서도 보이더라. 근데 가림. 애들 방에서도 보이더라. 여기서도 가린다. 쌍무지개인데. 랑군에게 이야기하니 베란다 창 열고 셀카봉과 갤폰, 갤와치 협업으로 풀사진을 얻었다. 완벽한 반원의 쌍무지개. 무지개 안쪽은 환하고 바깥쪽은 어두운 느낌이 재밌다. 이런 사진을 언제 또 찍겠어. 이 행운을 모두와 함께 하고 싶다.

◇ 날적이 2021.08.08

퇴사 준비, 국민 연금 그리고.

퇴사가 확정되니 그다음 이것이 궁금해졌다. 바로 국민연금 몇년도가 되면 고갈되네 마네 하는 국민연금이지만 회사다니면서 열심히 부어온거고 열심히 상납?한 날이 상납해야할 날보다 길어진 시점이 와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게 되어버린 존재. 내가 궁금한 건 퇴사 후 내가 금액을 선택해서 낼 수 있는가, 금액의 최소와 최대는 얼마인가 정도였는데 국민연금 사이트를 가도 그런 부분은 못 찾겠더라. 그래서 1355(국민연금 콜센터)로 상담사와 연결해서 이래저래하니 금액은 어쩌구저쩌구. 질문을 했다. 정확한 퇴사일은 10월 중이 될거라고 하니 달을 채우지 않고 퇴사를 하더라도 그 달까진 국민연금이 온전히 나간다더라. 회사 반, 나 반 사이좋게 내는 건 10월이 마지막이다. 11월이 되면 알아서 서류를 보내서 달에 얼마를..

◇ 날적이 2021.08.06

모호함 끝. 퇴사일자 확정

13년 넘게 퇴사이란 걸 해보지 않아서 그 느낌이 어땠는지 다 잊었다. 이전엔 다음 회사란 게 있었는데 이젠 없다. 일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겠지만 그만큼 절박하지 않은거겠지. 이렇게 된 것도 얼마 안되긴 한거구나. 늘 절박했는데 친정의 가계를 위해 난 일을 해야만 했는데 그래도 그 일들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되니 퇴직이란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날이 오네. 추석 전까지 출근하고 이후는 연차소진. 날이 정해지지 않았을 땐 모호한 느낌이었다면 정해진 이후부턴 퇴사라는 게 확 느껴졌다. 흐릿했던 형체가 또렷해진 것처럼. 둘째에게 내년부턴 돌봄 못 갈거 같은데.라고 하니 만들기도 못하고 친구도 못 만나서 싫다네. 초등돌봄을 이용할 수 있는건 다문화, 1인부모 등등과 맞벌이 뿐이다. 음. 생각해보니 돌봄은 2학년..

◇ 날적이 2021.08.04

만원의 행복. 곰표,말표,구미호,유미

편의점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맥주들. 곰표맥주 하나만 알고있었는데 뭐 이리 많아. 구미호는 두종류였는데 유미를 선택했다. 오늘은 곰표부터. 이 한캔을 울 부부는 나눠마신다 나는 잔에 부어서. 랑군은 캔채로. 거품 뿅뿅. 복숭아 맛이 나서 그런가 이 한잔을 다 마시는 동안 뒷맛이 다 깔끔한 느낌이다. 거참 괜찮네. 안주는 편의점에서 함께 산 버터오징어. 한모금 마시고 오징어 입으로 뜯어서 질겅질겅. 캬. 좋으다. 좋아. 다음엔 말? 구미호? 유미? 재밌다. 오늘은 구미호 아이피에이. 에일맥주 좀 쌉싸름하다. 안주는 피자에땅의 맵단피자와 바싹불고기 색이 진하다. 곰표랑 피자랑이 더 어울렸을까? 피자가 기름진 거라면 에일이 나았을건데 피자가 매운 편이라 곰표 생각이 나더라. 여튼 아직 두개의 맥주가 더 있어서..

◇ 날적이 2021.08.01

마흔일곱살, 퇴사를 결정하다.

대학교 4학년 12월에 사회로 나와서, 지금까지 대여섯 회사를 거치며 사회생활을 해왔다. 미혼여성, 기혼여성, 워킹맘 으로서의 삶을 살았었고.. 아직 완전한 퇴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전업으로 완벽한 탈바꿈을 하지 않았지만... 이 중간단계에서의 기록을 하고 싶어서 글을 적기 시작한다. 그간 잘 해왔는지 그런것까지는 모르겠고.. 꾸준히 시간을 보내왔다. (현재 그렇게 좋은 일로 퇴사하는 게 아니라서... 잘 못한것인가 싶기도) 지금 회사에서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2008년 6월부터 현재까지니까 13년이군. 회사를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본격적으로 한 건 한 2년? 전부터인가보다.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했을 때, 한번도 그만두란 소리를 하지 않았던 랑군이었는데, 이제는 그만두라고 이야기한다. (중간에..

◇ 날적이 2021.07.31

요즘 맛

점심에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싶어서 처음으로 크림과 로제 떡볶이를 시켜먹었다. 마흔일곱살 여성은 처음 느껴본 맛이다. 아닌가. 스쿨떡볶이에서 크림은 먹어봤던 것 같기도. 처음이든 두번째든 맛있게 먹었다. 간만에 배부른데 더 먹고싶은 마음이 들었고 국물까지 싹싹 먹고 지금은 포만감에 졸려하고 있다. 그러다 집사부일체에서의 미얀마이야기를 떠올렸다. 마흔일곱살 여성은 이렇게 배부르고 졸립고 평화로운데. 지금 그곳에선 민주주의를 바라며 피를 흘리고 있다. 일곱살짜리 아이를 부모 앞에서 총으로 죽이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말에 눈물까지 흘린 게 한두시간 전 일인데 마흔일곱살의 여성은 떡볶이와 아이돌 선발 티비프로로 헤헤 웃고 있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지구촌 여러 곳에서 그렇게 생명이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도. 하지..

◇ 날적이 2021.06.08

결정의 밤

마흔일곱의 여성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바일게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임 중간중간 광고 영상이 나올 때마다 페터 비에리의 자기결정을 보면서 나름의 위안을 삼는다. 책에서 글을 쓰라고 한다. 인물과 이야기를 짜면서 자기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될거라고. 글을 쓴다라. 마흔일곱의 여성은 20년 넘게 논리적 흐름을 생각하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상상력을 점점 잃어버리게 되었다. 책마저도 딱딱한 과학서같은 거나 읽게 되고. 아. 그마저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 껌 속에 들어있던 작은 만화책을 보고나서도 그 속에서 무수한 상상을 할 수 있던 그 때처럼, 지금도 그럴 수 있다면 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될까? 과연 그것만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는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같다. 그럼 난 나에 대해 ..

◇ 날적이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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