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적이

디지털 하층민의 삶

아맹꼬 2020. 12. 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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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인가 리서치회사를 다니는 언니가 점찍기 알바가 있다고 하면서 url을 던져줬다.
두군데 정도 가입을 하고 조금씩.. 이게 어떤거구나 알아갔고 소소하게 리워드가 입금되었다.
둘 중 하나에서만 점심시간이나 퇴근해서 조금씩 하니 많은 돈을 받을 리 없다.
첫달은 832원 벌었고
두번째달은 31,958원 벌었다.
내가 하는 만큼 버는거라 비슷하게 시작한 처자는 나보다 많이 받았다고 한다. 두번째 달이 오만원대라고.

그러다 음성녹음하는 알바도 제안받았는데
녹음을 하는 주체가 애들이었다.
지금도 아직 발전 중인 현재의 AI들에게
아이들 목소리를 좀 더 정확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그런 노동이었다.
천개의 문장을 4일안에 녹음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11살짜리는 알아서 잘해서 그럭저럭 빨리 끝났고
(그래도 집중도가 떨어져서 3일은 걸림)
8살짜리는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하고 인형까지 주문해주면서 간신히 끝냈다.
단가는 세보이지만, 실상 내시간과 아이의 시간, 실갱이하면서 들어간 감정소모시간 등을 생각하면 두 번은 못하겠더라.

이런 소소?한 알바를 하면서 지난 번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글로벌인재 포럼에서의 내용이 떠올랐다.
가까운 미래엔 AI를 이용해 돈을 버는 상류층과 그들이 사용하는 AI를 위해 기초 데이타를 만들어주는 디지털하층민이 존재할 거란 내용이었다.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하는 알바지만
미래엔 그런 식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오는 것이
두렵다.
더군다나 자식세대가 경험할 일이라니 정말 암울하다.

산업혁명 시대에 어린 아이들마저 동원되던 게 오버랩되면서 지금은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나중엔 어쩔 수 없이 애들도 그런 노동에 동원될 수 있겠구나 싶어져서 한층 더 우울했다.


티끌 모아 티끌인 세상이 되었다.
한 달동안 번 돈이 피자 한번 먹으면 끝이 난다. ㅠㅠ


이렇게 비극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아까 15개 점찍었다.
에휴


두찌가 만든 글자.
진짜 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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