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적이

12월 22일

아맹꼬 2018. 12. 2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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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날이다.

비록 가족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선 틀니도, 다리를 아프게 했던 쇠철심도 필요없겠지.

집에서 떠나셨고
가족 누구도 아빠가 떠날 때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엄마 전화를 받고 집으로 갔을 때는
이미 떠나신 후였다.
119에 전화해서 시키는대로 심폐소생술도 해봤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지만 엄마는 아빠가 더는 고생하는 삶으로 불러오는 행위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아빠와 이별하는 의식을 치뤘고 많은 사람들의 위로 속에서 비교적 담담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더라.
자는 동안 꿈도 안 꿨었다.

생각치도 않았던 분들이 보이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 고마워서.



장례식장을 구하는 것도 화장터나 납골당 구하는 것도, 날씨도 아빠가 가족들 생각해서 그랬던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아빠의 새집은 찾아가기 쉽고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엄마가 막내 이모와 통화를 하는데 꿈에 아빠가 나왔고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더라나. 3층이라고 했다더라.
(실제 아빠가 있는 곳이 납골당 3층이다)

아빠는 한동안 사람들 만나러 다닐 모양인가보다.



오늘은 아빠의 물건들을 정리해나갔다.
한사람의 흔적은 넘쳐났고, 아마도 한참 걸릴 것 같다.

다 정리하면 마음이 어떻게 될까.

아빠, 사랑해.
살아있을 땐 잘 전하지 못했던 말인데
참 부질없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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