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아이들 이야기

큰애 사건 기록

아맹꼬 2022. 11.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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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거창하지만 울집에선 지금까지 최대 사건이라서 기록한다.

벌써 한달은 지난 이야기가 된 것 같군.

큰넘이 친구들과 포켓몬 좀 잡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삼십분가량 있다 집에 간다길래 그러라고 했는데, 그 시간이 되기도 전에 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같은 반 애가 벤치에 앉아있던 큰 애를 밀어서 다리에 가시가 박혔다는거다.

절뚝이면서 집안으로 들어온 애를 보면서까진 별일 아니겠거니 했는데 바지를 내려 상황을 확인해보니 헉! 큰 가시가 허벅지 뒤쪽 살에 가로로 길게 박혀있는걸 보고 시껍했다. 이건 도저히 집에서 뺄 수 있는 수준이 아닌것 같아서 병원에 가야겠단 판단을 했는데 어딜 가야할지가 막막하더라. 나도 놀랜지라 애한테도 영향을 줘서 그런지 지금까지 울지 않았던 애가 가시 뺄 때 아플수도 있다 등등의 걱정으로 훌쩍이더라. 담대한 부모는 물 건너갔다.

여튼 일단 소아과를 갔다.
집에서 거리가 있지만 택시로 가기도 애매한 거리라 그냥 걸어갔다. 차로 간다해도 주차하고 어쩌구하느라 시간차는 크게 나지 않았겠지만 애가 아파하며 걷진 않았겠지.
결론적으로 거기선 처치하지 못한다며 정형외과나 외과를 가란다.
아웅. 연락해볼껄 그랬네. 근데 일단 와보라고 하지 않았을까?
정형외과는 집에서 더 가까운데 괜한 걸음을 시켜버렸다.

다시 절뚝이는 아이와 집 근처 정형외과를 가서 가시를 뽑아냈다.

허벅지에서 뽑아낸 1.5센티 가량의 가시.


애한테서 들은 바로는 민 아이는 학급 내에서 주의를 자주 받았었고, 그 날 비키라고 했는데 안 비켰다고 민거란다.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가시가 박혔다고 말을 그 애한테 말을 하니 웃더랜다. 이 말 듣고 엄마 빡침.
울 애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는데 그것 땜에 더 가책을 느끼지 못한건가?
되려 다른 애가 울 애 바지에 박힌 가시들을 빼주고 도와줬다고 하더라. 심지어 저녁 때 큰 애한테 괜찮냐고 확인까지 하길래 내가 다 고마워지더라. ㅠㅠ

담임샘에게 있었던 일을 장문의 문자로 보내고 통화까지 해서 애가 사과를 하지 않았다, 연락까지 할 일은 아닐 수 있는데(이 말을 괜히 해서 샘한테도 작은 일로 받아들이게 한 건 아닌지..지금은 후회된다) 애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라는 요지의 의견을 전했고 선생님도 애 둘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듣고 사과하게끔 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 애가 하교하자마자 어찌되었냐 물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고 체육시간에 그 애(시끼)는 지가 잘못한게 없으니 사과할 수 없다는 소릴 들었다며 그 애한테 정나미 떨어진 내색을 하더라.
애 말을 듣고 더 빡쳐서 담임샘한테 또 장문의 문자를 보냈는데, 생각같아선 쌩난리를 치고 싶었지만 최대한 누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은게 의아하다, 그 애가 이런 말을 했다, 졸업할 때까지 그 애와 엮이지 않게 해달라는게 요지.

근데 담임이 보내온 문자는 생각외의 것이었다.
자기는 조치를 취했는데 내 반응으로 참담하단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지만 애를 맡기고 있는 입장에서 뭐라하기 그래서 다음날, 되려 담임에게 전화로 성급한 판단을 한 점을 사과했다. 이게 사과다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면서 담임이 자신이 놓친 부분을 알길 바랐고 선생님도 내게 사과하길 바랐지만, 담임은 전혀 알지 못하고 호쾌하게 내 사과를 받기만 하더라.
애가 늘상 선생님의 일거수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선생이 되서 확인을 해야 할건데 정작 사고친 애가 뭔소리를 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참담하다고..
여튼 그 애한테 다시 이야기해서 사과를 하게 했다고 하는데 큰 애 말론 사과도 이상하게 한 모양이더라.

이러고 일단락이 되었지만 내 맘엔 앙금이 남았고, 애 허벅지엔 흉이 남았다.

5학년 때 담임샘이었다면 확실하게 해주셨을텐데.
비교가 되니 더 짜증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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