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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착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도덕적 허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피험자들에게 강의를 알아듣지 못해 수업에 따라가지 못하는 외국인 학생을 도와주는 상상을 해 보라고 한 후 자선 단체에 기부하도록 한 실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남을 돕는 상상을 한 피험자 절반은 그렇지 않은 나머지 피험자들에 비해 내놓은 기부금이 훨씬 적었다.(200쪽)
우리는 '명분'에 얽매여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대개 그 당시에는 만족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이나 커다란 후회로 남게 되지요.
이런 모습은 우리의 이타적인 행동에서도 보여질 수 있나 봅니다.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과 관련해 저자는 가난한 나라의 저임금 노동착취 공장 반대운동이 비록 고매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해도, 그 노동착취 공장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공장이 소비자의 압력과 불매운동에 의해 문을 닫으면 기존 노동자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는커녕 반대로 더 형편없는 일자리나 실직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노동착취 공장이 가난한 나라에 득이 된다는 데 의문을 달지 않습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내가 걱정하는 건 노동착취 공장이 너무 많다는 게 아니라 너무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여기에 더해 '도덕적 허가'(moral licensing) 효과도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도덕적 허가 효과는 착한 일을 한 번 하고 나면 이후에 선행을 덜 실천하는 것으로 보상받으려 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실제 그런 경향이 우리 인간에게 있다고 보여주었습니다. 에너지절약 전구를 구입하는 행위로 '내 몫을 했다'고 생각하면 조금 뒤에 잔돈 몇 푼 훔쳐도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이 흔들리지 않더라는 결과도 있더군요.
그래서 저자는 공정무역 제품을 할 이유가 없다고 단정합니다. 기껏해야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의 노동자에게 매우 미미한 금액을 보태줄 뿐이니, 차라리 더 싼 상품을 사고 그렇게 절약한 돈을 비용효율성이 높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입니다.
명분과 의도가 아무리 고매하고 그럴듯해도,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 우리는 아쉬움과 후회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타적 행동도 그럴 수 있고, 정치도 그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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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2017년 5월 10일자
생각의 전환을 가지게 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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