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아이들 이야기

[둘째 이야기] 자유로운 영혼의 음악발표회

아맹꼬 2018. 2. 1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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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둘째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음악발표회를 했다.
그곳은 큰아이도 다녔던 곳이어서 우리 가족에겐 4년째 맞이하는 행사다.

큰아이가 한해 한해 자라면서 늘 새롭고 동작하나하나 신경쓰며 공연을 했기에 뭔가 둘째에 대한 기대감도 은근 있었다.
발표회 개시를 5세반 남녀 아이가 하는데 우리 둘째가 말도 잘해서 더욱 기대를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개회사는 다른 아이가 하더라.
실망은 잠깐, 둘째가 공연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아!  저래서!!  란 말이 절로 나오더라는.

이렇게 아이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정해진 동작은 거의 하지않고 맘대로 하고 있는거다. 그나마 다행인건 큰 틀에서 완전 벗어나지 않았단 점이랄까.

첫번째 공연은 그나마 재밌어서 그런지 집중도가 제일 높았다. 그래서 많은 동작을 따라했다.
그러다 두번째는 집중도가 30프로가량 사라져서 초반에만 집중하고 뒷부분에는 맘대로 하는 게 많아졌다.
세번째 태권도 때는 달리다가 무릎으로 슬라이딩을 하고 네번째엔 손목에 찬 반짝이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자꾸만 빠지니까 거기에 정신팔려서 차례를 놓쳤다. 네번째가 끝날 무렵 녀석의 손목에 있던 것들과 머리에 쓴 탈까지 벗겨져 들고나오면서 원장선생님한테 이거 벗겨졌어요!라고 하더라.
다섯번째 리듬악기땐 등장부터 난리다.
트라이앵글을 들고 나왔는데 그걸 빙글빙글 돌리다 빠지니 그때부터 트라이앵글을 떨어뜨리고 치는 봉?을 떨어뜨리고 그걸 반복하다 트라이앵글을 다리에 끼우고 치기까지 했다.

와! 이녀석이 진정 내아들인가!!!!

저 자식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큰아이는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하는 성품이다.
나도 맏이인지라 좀 그랬던 편이다.
근데 둘째는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4년째 발표회를 봤지만 울 둘째같은 아이는 한번도 못 봤다.
원장선생님도 평소에 보지못했던 둘째 모습을 봤다며 신기해 했다.
(둘째 아이 담임선생님이 가끔 전보다 꼼꼼함이 떨어졌다고 느꼈는데 이 때문이었나.)


나쁘게만 생각된건 아니다.
둘째가 갑자기 의젓해진다면 그것도 이상할 것 같다.
다만 이 녀석에게 고정된 틀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고민되더라.
지금은 어려서 귀엽게 봐주겠지만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그러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시키는대로만 하는 큰아이와 자유영혼 둘째
극과 극인 두 아이.

부모의 선입견은 어디까지일까.
내 아이를 난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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