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적이

어린 나를 일기를 통해 만나기

아맹꼬 2020. 8. 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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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집 정리를 하면서 어릴때 일기 모아놓은 걸 가져와서 읽고 있다.
원래는 자리도 차지하고 그래서 태울까하다 1학년부터 읽기 시작한 게 5학년까지 읽고 끝까지 읽어봐야겠더라.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와
실제의 나는 무척이나 달랐다.
시험성적에 굉장히 예민했나부다.
시험 즈음과 후엔 꼭 그 이야기가 있고 성적이 어떻느니 잘 보길 바란다느니 그런 내용이 있다.
음. 당연한건가?

세나를 만나기 전까진 친한 친구가 거의 없었고
어릴 적, 나는 뚱뚱했기에 놀림도 꽤 받았다.
5학년부터 살을 빼고 싶어한 모양이다

아. 애띠란 애랑도 꽤 가깝게 지냈나보다.
정작 커서는 그 애랑 친했는지조차 모르겠던데.

사실, 난 어린 시절 기억이 거의 없다.
일기를 보면서 느낀건 아. 이래서 기억이 없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일종의 방어기재?

대학 시절이 제일 재밌었지.
그 당시 기억이 어릴 때 기억을 죄다 덮어버린 모양이다.
졸업하고 일하고 결혼하고 애 둘 낳고 살면서
좀 더 행복한 것으로 대체된 느낌이다.

5학년때 아빠가 다치고 집에서 엄마아빠가 돈없다고 한숨쉬고 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부터 절약하는 애였고 모은 돈으로 엄마 머리핀 선물도, 친할머니 생신선물도 했었구나.


지금은 아직까지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고 집도 있고 차도 있는 어른이 되었다.
몸이 골골대는 게 문제긴 하지만, 체구도 보통이라 옷도 아무거나 입을 수 있다.

그 당시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별로 해줄 말이 없다.
마흔 넘어 이렇다고 말해준다고 해도 그 아이에겐 앞으로 30년도 넘어서 그렇게 살고 있단 말이 너무나 길게 느껴질 것이기에.
앞으로 니가 겪을 몇번의 소소?한 불행들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지 않다.

키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알려주고 싶지 않다. 6학년까지만 자라고 넌 그대로일거야라고. 아 최악이다. ㅋ




일기를 봐도 떠오르는 게 없어서, 정말 내 뇌는 철저하게 기억을 날려버렸구나 하고 있다.



내 어린 시절 아빠가 일반 회사를 다니고 엄마는 그당시의 대부분의 엄마가 그랬듯 전업주부고 단란했고 유복하지는 않아도 돈 걱정없이 그렇게 자랐다면? 그리고 보통체구의 아이였다면 어떤 일기를 썼을지 궁금하다.
그랬다면 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좀 더 담고 있을까?



요즘 원치않게 이전 기록들을 접하게 되서 현실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덧. 한가지 웃긴 건 일기장에 할머니를 저주하는 글을 쓰거나 동생이 죽었으면 좋겠단 내용이 있어도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글씨를 예쁘게 쓰라고 멘트를 단다는 점이다.
그런 마음은 당연한거라 여기는 건가. 아니면 그건 알 바 아니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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