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적이

7월 17일

아맹꼬 2019. 7. 1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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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사진들 중
누군가에게(거의 엄마가 애들 사진 찍은거) 받은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조카가 아주 어릴 때
우리집에서 큰애랑 같이 울 엄마빠가 봐주면서 두 아이를 찍었던 것들이 꽤 많더라.
엄마가 찍사였기에 중간중간에 아빠가 등장하는 씬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감정적으로 동요될까 걱정했지만 그럭저럭 무사히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애들끼리 잘 자나싶었는데
갑자기 큰애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아이는 울면서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한다.

이녀석아, 딸인 나도 버티고 있는데
니가 자꾸 흔들면 어쩌란거냐.

엄마빠의 손주 넷 중
할아버지의 기억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첫째기에 그 심정을 이해하긴 하지만
난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만 울고 보고 싶다고 큰애처럼 저러진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키워준 정 때문이겠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의 수첩을 본 적이 있었는데
손주 8명의 생년월일을 기록해 두셨더라.
근데 다른 손주들은 음력생일까지 적어놓고 내동생과 내 것은 없었다.
서운하더라.

그래서 그런가
이래저래 하늘에서 많이 돌봐주시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큰아이 태몽 때문에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무엇이 되었든
한국은 조상(신 혹은 님)을 모시는 나라(였?)고 한국인인 난 기본적으로 그런 개념을 떨칠 순 없다.


울 아빠도 손주 넷과 아내와 자식(사위, 며느리 포함)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울 큰애의 그리움 담긴 눈물이 그에 대한 소소한 보답이 될지도.

영화 코코에서 기억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영혼은 무사한 것처럼, 아빠를 기억하는 큰손주가 아빠의 영혼을 지켜줄 것이다.



이국종 교수의 책 초반에 어려운 수술과 긴 회복기간을 거쳐 살아났는데 허망하게도 파도에 휩쓸려 죽은 어부의 이야기와 엄마 지인 분 아들이 어이없게 죽은 이야기까지 들어서 기분이 다운되었는데, 아들까지 한 몫 했구나.

눈물바람은 하지 않으려했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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