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적이

요즘 맛

아맹꼬 2021. 6. 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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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싶어서
처음으로 크림과 로제 떡볶이를 시켜먹었다.
마흔일곱살 여성은 처음 느껴본 맛이다.
아닌가. 스쿨떡볶이에서 크림은 먹어봤던 것 같기도.

처음이든 두번째든 맛있게 먹었다.
간만에 배부른데 더 먹고싶은 마음이 들었고 국물까지 싹싹 먹고 지금은 포만감에 졸려하고 있다.


그러다 집사부일체에서의 미얀마이야기를 떠올렸다.
마흔일곱살 여성은 이렇게 배부르고 졸립고 평화로운데.
지금 그곳에선 민주주의를 바라며 피를 흘리고 있다.
일곱살짜리 아이를 부모 앞에서 총으로 죽이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말에 눈물까지 흘린 게 한두시간 전 일인데 마흔일곱살의 여성은 떡볶이와 아이돌 선발 티비프로로 헤헤 웃고 있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지구촌 여러 곳에서 그렇게 생명이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도.
하지만 마흔일곱살 여성은 평화롭다.
하품을 하기도 했다.
무력감과 포만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왠지 모를 죄책감도 함께.
세월호 때부터 생긴 이 감정이, 과연 지금 이렇게 천하태평해도 되는건가. 이렇게 웃고 있어도 되는건가 하며 마흔일곱살 여성을 몰아세운다.

47년간 차곡차곡 쌓여온 무력감이 죄책감을 동반해서 마음을 옭죄온다. 그리고 또 다른 재미에 그것들을 잊는다.


누가 마흔을 불혹이라 했는지.
이렇게나 팔랑팔랑 줏대없는 마흔일곱살인데.

곧 마흔일곱살 여성은 갱년기란, 사춘기보다 더하다는 파란만장한 격변기를 맞이할거다.
그때도 여전히 무력할테지.

마흔일곱살 여성의 눈은 반쯤 감겨있다.
손가락으로 헛소리를 글자화하면서도 졸고 있다.
포만감 무서운 녀석이다.


언제쯤 제목에 부합하는 글을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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