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의 여성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바일게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임 중간중간 광고 영상이 나올 때마다 페터 비에리의 자기결정을 보면서 나름의 위안을 삼는다.
책에서 글을 쓰라고 한다.
인물과 이야기를 짜면서 자기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될거라고.
글을 쓴다라.
마흔일곱의 여성은 20년 넘게 논리적 흐름을 생각하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상상력을 점점 잃어버리게 되었다.
책마저도 딱딱한 과학서같은 거나 읽게 되고.
아. 그마저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 껌 속에 들어있던 작은 만화책을 보고나서도 그 속에서 무수한 상상을 할 수 있던 그 때처럼, 지금도 그럴 수 있다면 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될까?
과연 그것만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는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같다.
그럼 난 나에 대해 영영 모르게 되는걸까?
난 이런 사람이다라고 내가 말하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는 같을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비쳐지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그에 맞게 행동하게되면 그건 어느 정도 맞아들어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비쳐지고 싶은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괴리가 크다면 어느 쪽이 진짜인가.
둘 다 어떻게든 마흔일곱의 여성일텐데.
친절하게 보이고싶어하다 호구가 되어버렸다고, 그렇게 하지말라는 책들도 있다. 아. 이럴 경우는 친절하게.가 아니라 착하게.군.
어느 곳에서든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나를 알아서 뭐할건가.
수정의 의지가 솟지 않는데 뭘 고치라는건가.
그게 잘못된 나라고 다들, 아니 힘을 가진 자들이 말하면 난 정말 잘못된건가? 단편적인 나를 보고 너를 다 안다고. 넌 그런 사람이다고 하는건가. 이기적인 나라고 말하면 난 정말 이기적인건가?
이기적인건가 개인적인건가.
그 둘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글을 쓰고 있다.
다소, 아니 다분히 한탄조의 글을 쓰고 있다.
스토리는 없고 마흔일곱살 여성만 등장해서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다.
유퀴즈 짤방에서 본 할아버지의 일상이 생각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플랭크 7분, 아침 먹고 스쿼트 300개던가, 그리고 산책 만보.
오후엔 독서와 앱을 통한 외국어공부.
그래서 두어나라 언어를 읽을 수 있다고.
시간만 주어지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흠.과연.
일만시간의 법칙이라고 하던가. 체화된 생활습관이 새로운 능력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눈에 띄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건 확실히 멋지다.
행동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게 문제구나.
생각나는 내용들을 쏟아내니 좋은 것도 있고
그저 그런것도 있다.
마흔일곱의 여성은 여전히 중고딩 시절의 문장력의 한계 속에 갇혀있다.
기록한다는 것은
특히나 그 당시의 기분을 기록한다는 것은
몇년 후 이불킥을 유발할 수 있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
이런 기록은 어떠려나.
그 옛날의 가계부는 당시 물가를 알 수 있게 해줘서 좋은 자료로 평가되는데, 지금은 검색이 가능하니 의미가 없어졌나.
의미없는건가.
아 이상해
12시 38분
마흔일곱의 여성은 또다시 게임의 세계로 갈 듯 하다.
저장 버튼. 아니 완료 버튼을 누르고 카테고리 등을 정한 후 다시 한번 글을 읽어본 후, 아마 그럴 것 같다.
아니면 잘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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