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겐 존엄사라는 단어로 익숙한 자발적 조력사망에 대해 구쳬적으로 알게해 준 책이다.
책을 읽으며 아빠를 생각했다.
아빠가 모르는 여자들의 돌봄을 받으며 병실에 있을 때 어땠을까. 아이 다루듯 하는 그 말투를 만족했을까. 기저귀를 갈아주는 그 행위에 모멸감같은 건 없었을까.
한번이지만 기저귀 가는 그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고 아빠는 즉시 내게 손짓으로 나가라는 의사를 표현했다. 아빠의 정신은 온전했고 딸에게 보이기 싫은 게 생생하게 전달되어, 과연 그 상황의 아빠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간병인이 상주하는 병실도 그나마 한달이 지나면 퇴원해야했는데. 그건 집에서 엄마가 혼자 수발을 들었어야함을 의미했지만(변명이지만 자식들은 돈벌이하는 중이었다) 아빠에겐 해방이었지 않았을까.
만약 한국에서 좀 더 적극적인 존엄사를 시행했다면 아빠는 그것을 선택했을까. 온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때, 고통에서 벗어나고 배우자에게 지워진 짐을 내려놓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이미 아빠는 없기에 의견을 물을 수 없다.
나는 어떨까.
아빠가 시한부 삶을 살기 시작했을때부터 한동안 죽음과 위안에 대한 책을 봤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신 후부터 내가 그럴게 된다면..에 대한 생각을 해왔다. 칠십이 넘어 암이든 뭐든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란 이야기를 들으면 난 치료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겠다 정도의 생각만 하다 .. 만약 65세라면 치료할건가? 치료를 마음먹은 최대의 나이란 게 있을까 로 이어지다, 지금의 나이라면?
뭐 이런건 일단 내가 실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고, 그 때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여러가지일 때 구체화되겠지.
다만, 한국도 좀 더 본격적으로 자발적 조력사망, 조력존엄사에 대해 논의하고 구제화되길 희망해본다.
스위스는 너무 멀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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