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아이들 이야기

[첫째 이야기] 엄마, 나 죽기 싫어요.

아맹꼬 2016. 9. 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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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잠자리에서 큰 녀석이 대뜸 이런다.

사실, 녀석이 이런소릴 한지는 몇달되었다.

자긴 죽는 게 너무 무섭단다.

아픈 것도 다 나았으면서,
누가 들으면 무슨 중병이라도 앓고 있는 줄 알겠다.

그러면서 백살, 이백살,  삼백살, ... 구백살,  엄마 구백 다음이 뭐예요?  
천살.
천살,  이천살,  삼천살,  ...  육백천살
아니 육천살.
육천살, ... 구백천살
아니 구천살
구천살,  그 다음은 뭐예요?
만살
만살! 오래오래 살거예요.

이러고 있다.

아들에게 너무 오래 살면 인생이 재미없을 거라고 
그리고 오래오래 살려면 잠도 잘 자야하고 밥도 잘 먹어야하고 운동도 해야한다고 해주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잠이니 어서 자라!

자는 듯 하더니
죽으면 땅에 묻히잖아요.
땅에 묻히면 어떻게 되요 라고 또 묻는다.

공대엄마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머리카락과 뼈만 빼고 다 자연처럼 흙처럼 될거야. 개미나 그런 애들이 뼈들과 머리카락 빼고 다 먹어서 흙처럼 만들어 줄거야.

아들,  무섭다고 앵겨붙는다.
난 더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심어준건가.

또다시 이어지는 질문
뼈만 있으면 어떻게 되요?
못 움직이지.
그럼 뼈가 없으면 어떻게 되요?
못 움직이지.
...
녀석의 팔을 잡고
이 안에 뼈가 있고 뼈들 사이에 관절이 있고 그 위에 힘줄이 있고 또 그 위에 살이 있는거야.
...
엄마,  엄마도 오래 살려면 빨리 잠자요.
ㅡㅡ;


이것이 7세 남아와의 잠자리대화

낭만따위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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