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아이들 이야기

[형제 이야기] 난 하나밖에 못 맞췄는데, 왜 가르쳐줬어!!!

아맹꼬 2017. 7. 25. 19:31
728x90
제목에서 쉼표 앞은 둘째가, 뒤는 첫째가 한말이다.

배경은 아들들 이층침대 안
각자의 잠자리에 들어가서 이제 자기만 하면 되는 시점이다.

이층에 혼자 있는 첫째가 문제를 내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내가 하나,둘 답을 말하다 답을 말하지 못하면 첫째가 답을 알려준다.
두어번의 문답이 지나는 동안 내 옆 둘째가 자연스럽게 소외된다.

그러다 그림일기쓰기로 한 날이라던가 내 전화번호 등 아들이 기억하면 좋을 것들을 묻는 것으로 전환하면서 더욱 둘째가 소외되었다.

결국 울기 직전까지 간 둘째를 위해
가족 생일 맞추기를 하는데
계속 큰애 위주로 흘러가기에 둘째에게 할머니 생일을 작게 알려주고 정답을 맞췄다고 해주었다.

기분이 좋아진 둘째와 반대로
첫째는 그야말로 쌩난리가 났다.


엄마가 알려준거지!!
왜 가르쳐줬어!!!

베개를 걷어차며 온 몸으로 울며 소리소리 지른다.

엄마 나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나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해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잠깐 일어나서 이층을 들여다보고 다독여도 안된다.

자기 혼자 있는거 싫다며 둘째도 자꾸 나오길래 도로 둘째 자리로 가서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줘야지 자꾸 그러면 곤란하다고 은근한 협박을 하니 악 쓰는 건 잦아들었다.

이때 둘째가 살짝 얄밉게도 난 하나밖에 못 맞췄는데. 이런다.

비위맞추기에 약한 엄마는 그런 둘째에게
넌 엄마가 알려줘서 맞춘거잖아. 빨리 자.
라고 (큰애 들으라고) 말해줬다.

여전히 흐느끼는 큰애에게
지금 우는 건 울기 위해 니가 그냥 우는거다.
빨리 자라고.
위로를 받고싶으면 동생 잠들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셋 다 그냥 잠들어 버렸다.


다음 날, 출근길에 아빠님에게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큰애가 그렇게 격하게 반응만 건  혹시 혼자 자서 상대적인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렇다고해도 아빠님을 다시 투입시킬 생각은 없다.

다음엔 같은 상황이 되지않게끔 노력하는 수 밖에.

지금 생각해보니 은근 이기기 좋아하는 큰애에게 치사한 반칙이 너무도 참을 수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나.

그 무엇이든 조심하자.

날이 갈수록 머리가 깨어가는 둘째와
소년의 정신으로 변해가는 큰 애 사이의 조절이 힘들어지는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