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小小독서

12/살고싶다는 농담/허지웅

아맹꼬 2021. 4. 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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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과 크레마 번갈아가며 읽었다.

지금까지 허지웅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첫책이다. 미우새에서 나왔던 건 다 본 것 같다. 깔끔쟁이에 시니컬하고 알러지로 인해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우지 못한다는 것을 프로를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방송하차 이후 혈액암에 걸렸다고, 또 시간이 흘러 완치판정 후 나혼산인가에서 열심히 요가도 배우며 건강은 유지하는 모습도 봤다.

살고싶다는 농담 이 발간된 것도 알았지만 딱히 보고 싶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읽게 되었고 역시 하고싶은 말을 잘 하는 것에 대해 감탄했다. 항암 이전과 이후의 마인드가 바뀌어서 주제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바를 잘 표현하는 것은 참 멋지다.

책 속에 DM으로 부탁받은 병문안으로 알게된 가족 이야기가 나오고, 병문안 갔던 분의 일생을 짧게나마 언급해준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든 생각.
난 아빠에 대해서, 엄마에게 들은 내용 외에 얼마나 더 알고 있을까. 아빠의 일생을 저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 보통사람은 태어나 죽고나면 그 주변인에게 회자되다 그사람들 마저 없어지면 그냥 소멸되 버리지 않나.엄마의 시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 속 아빠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엄마의 일생도 마찬가지겠지만 엄마와는 그래도 꽤 많은 이야기를 해서 청소년 시절의 일도 들은 게 많다. 근데 아빠랑은 별로 없다.

이북에서 태어나 전쟁나서 인천으로 왔고 여동생 둘인가가 이질에 걸려 죽어서 삼남매만 남았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도둑에게 살해당했고 위자료로 받은 재산은 큰아들에게로만 가서 아빠는 월남파병으로 번 돈으로 인하대 광산학과를 나왔다고 했다. 해병대 포병 때 청력이 많이 안 좋아졌단다.
34살에 29살의 엄마와 결혼했다. 가정적이진 않않다. 삼척탄좌(옛날엔 이렇게 불렀다)에서 일했는데 엄마말론 성실하지 않았다고. 사실, 결혼 이후 일들은 모두 엄마를 통해 들은 거고 그게 사실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빠에 대한 불만을 자식에게 쏟아낸 것들이라 매우 부정적인 내용들 위주다. 아빠는 딸바보인 축이었다고 봐도 될 정도지만 엄마의 말에 의해 내 기억 속 아빠는 매우 좋지않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암으로 칠십대에 항암하다 병원만 왔다갔다하다 돌아가셨다. 항암을 하지 않으셨더라도 결국 돌아가셨겠지만 인생의 말미를 준비도 못하고 그렇게 보낸것 같아서 난 무척이나 불만이다. 여전히.


아, 내 이야기가 길어지는군. 책을 읽다보면 내가 자꾸 보인다. 나나 내 가족. 그래서 리뷰랍시고 쓰다보면 반절이 내 이야기다.


괴물 속 그들에 주목하는 것도
니체에 대한 이야기도
에이리언에 대한 것도
...아니 다 좋았다.

가끔씩 만나서 알고있는 이야기 보따리 좀 풀어보라고 조르고 싶다. 어떻게하면 그렇게 머리속에 그런것들을 다 담고 기억할 수 있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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