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小小독서

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아맹꼬 2017. 6. 2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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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하나로 이어가는 여타 소설과는 달리 잠실에 살거나 관계된 사람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흐름을 만든다.

잠실 리센츠아파트에 살면서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들과 아이들, 가사도우미, 과외선생님, 학교선생님 등등

같은 공간에 같은 일을 겪었어도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건 다르다는 것도 그들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실,읽는 내내 리센츠는 가상의 공간일거라 생각했는데 헉!! 실제 존재하는 아파트다.
그리고 네이버블로그에 리센츠 아파트의 까페가 있고 그곳 주민이 와인잔으로 한강을 바라보며 사람들과 여유를 즐기고 있다는 사진을 올려놨더라.

페스트가 돌던 그 때 성안의 귀족들과 왕족들은 병원균이 자신들에게 오지못하게 하려고 성문을 굳게 닫은 채 그 안에서 호위호식하는 게 왜 떠오르는거지?

잠실동 사람들은 초등학생인데도 밤10시 넘어서까지 학원을 보내고 그때문에 애들은 늘 두통에 시달린다.
근데 진짜일까?

82년생 김지영 다음으로 이런 류 소설을 연달아 보다보니 왠지 모르게 현실감각이 사라졌다.

난 개인적으로 서울에 살고싶지도 않고 아이들을 서울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선입견인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선 주변의 흐름이 거세서 내가 지금처럼 애들에게 아무것도 시키지않는 엄마로 있기 힘들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몇몇 깍쟁이같은 서울사람을 겪어서 더 그런 선입견이 생긴것 같다.


퇴근길에 소설을 다 읽고 집으로 걸어오면서 갑자기 아들들 생각이 났다.
울 아들들은 나 어릴때와 달리 친구가 놀자고 바깥에서 부르지도 않고 노후된 엘리베이터 때문에 혼자 엘리베이터 타는 걸 무서워해서 어른이 함께 하지않음 놀이터도 못간다.
그나마 나도 「아파트」에 살아서 차에 대한 걱정을 덜하는 편이긴하지만(내가 사는 곳은 지상에도 주차장이 있어서 완전 안심할 순 없다) 그래도 이 삭막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잠실 초고층 아파트들에 사는 아이들도 짜여진 팀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친구도 없다.

이게 현실이겠지.

소설에 등장하는 프랑스인들이 자기네 나라에선 아파트는 빈민이 사는 임대주택 개념인데 한국엔 죄다 임대주택들이다 무슨 일이냐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프랑스는 돈있으면 하늘을 볼 수 있고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고.

한국은 아파트도 돈있어야 살 수 있고
프랑스에서 말하는 집은 정말 돈!많은 기업재벌이나 살 수 있다.

소설에 대한 해설에 이런 글이 있다.
기억하지 않는 자들의 도시
그 문구를 보는데 왜 눈물이 나오려하는건가.

지금 사는 곳을 내 인생 7년을 제외하고 계속 살았다. 여기도 강산이 세번 이상 바뀌면서 저 글대로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밭이고 판자촌들이 즐비했던 곳엔 고층빌딩이나 아파트가 들어섰고 목재소들이 늘어서 있던 곳엔 공원이 생겼다.
이전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아!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그래서 독후도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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