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小小독서

3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아맹꼬 2020. 10. 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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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병환과 죽음 이후로 관련 책들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내게 가장 와닿았던 책은 사노 요코의 죽는게 뭐라고 였던것 같다.
신체가 노화되며 맞이할 죽음이나
병에 걸려 죽었을 때를 내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두어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남은 자들의 시선이 담긴 책이었다.

이 책은 위 두가지와 다르게 죽음 자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죽음을 목도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시체를 보는 일은 더군다나 없다.
나는 외할머니와 아빠, 이렇게 두 번.
유성호교수의 경우는 일주일에 여러번.
아무래도 죽음이 일상이라 생각의 폭이 다르다.

그렇게나 자주 접하는 죽음이지만 결코 무덤덤해질 수 없는 일이라는 느낌을 받은 건, 자살에 대해서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면서까지 중요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자살이란 것이 죽으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든 일의 해결책이라 여기지만 진짜는 그렇지 않다는 점.
남아있는 사람을 생각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할 선택이라는 점.
그리고 극단의 선택을 했던 사람이 구해졌을 때 내가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또 얼마나 죽기싫었는지 알게 된다고.


지인이 자살을 했다고 들었을 때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들었던 죄책감은 여전히 내 속에 남아있다.


존엄사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역시나 아빠를 떠올린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발견된 암.
불효일지 모를 생각이지만 아빠가 항암을 시작하는 게 난 옳은 일이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아빠는 항암을 선택했고 병원을 오가며 시간을 다 보냈다. 집에서 돌아가시긴 했지만 정리를 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와이프와 자식들에게 한마디 남길 틈도 없이.
그래도 중환자실이나 병원에서 쓸쓸히 돌아가시지 않아 다행인건가.

요즘 병치레를 하다보니 만약 내가 불치병에 그것도 말기라면.이란 가정을 해보는데 이 때 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은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치료를 선택하게 될까?
그럼 몇살이 치료를 거부하고 당당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기 좋은 나이인가.

의연한 죽음.가능할까?



애들을 위한 정리는 몇년 전부터 생각해 온 일이지만 어떻게 할지 감이 안온다.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인데 생각할 거리가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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