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아이들 이야기 232

[형제 이야기] 가을의 전설, 아니 추억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순간이 없을 줄 알았다. 그저 놀이터나 나가 노는게 주말일과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점심을 나가서 먹고 돌아오는 길,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하는 아빠님 덕분에 가을의 추억을 쌓았다. 날은 마침 따뜻했고 아이들은 쌓인 낙엽 위를 뛰어다녔다. 한웅큼 쥐고 머리 위로 뿌리기도 하고 엄마빠에게 던지기도 했다. 낙엽들이 풍기는 풀향이 그리 좋은지, 이 때 알았다. 가만히 있어보라고 해도 제어가 되질 않는 아들들. 한녀석 가만히 있으면 다른 녀석은 이미 저리 뛰어가고 없다. 놀이터에서 주은 장난감 갖고 노는 둘째 이 장난감은 결국 우리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다시 잃어버렸다. 장난감 입장에서는 참 슬픈 일이다 싶네. 이 낙엽들도 오늘 부는 바람에 다 날려버리고 없겠지. 일곱살, 네살 가을 안녕. 가을..

[둘째 이야기] 대단해요.

재우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새벽 1시반인가에 애들 방에서 나와 그제서야 샤워하고 랑군이랑 같이 빨래개고 자기야 지난방송 보고나니 3시가 넘은 시간. 이제 자야지하고 눈 감은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둘째녀석이 운다. 엄마 엄마 가보니 바지가 젖었다고 한다. 아. 밑에 솜요 깔아준지 얼마안되었는데. 데리고 나와 바지를 벗기는데 녀석, 쉬가 마렵단다. 쉬통 대주고나서 새바지 입히려는데 사태수습에 나섰던 랑군이 이불은 무사하다고 한다. 바지 벗길 때도 상의가 젖지않은 게 이상하더라니. 둘째 녀석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나긴 했는데 미처 참지 못하고 소량을 싸고 나머지는 또 참은거다. 그리고 울면서 엄마를 찾은 것. 큰녀석은 그냥 싸고 잔적도 있는데 이 녀석은 뭔가 대단하다. 젖은 바지를 보며 지저분하다고 하면서 웃는..

[둘째 이야기] 네 살 치과 치료

둘째 녀석의 좌측 하단 어금니 하나가 이상하다.구멍이 있는 것 같다.그 안에 음식물이 자주 낀다. 큰녀석 참관수업이 있는 날이라 연차 낸 날쉬는 김에 치과를 데려갔다. 잠깐 안에만 보자 하는데난리를 피우는 통에 의사샘님이 그 동안 지쳤다.얼핏 봤는데 충치가 두개란다. ㅠㅠ그래서 본 김에 바로 치료하자고 했다. 바로 포박 시작.개구개 끼우고 살펴보니... 충치 네개다. 아래 어금니들은 다 썩었다고 봐도 무방. ㅠㅠ 형보다 단거 더 많이 먹더니만.. 더 많이 물고 있더니만.. 그렇게 치카치카 하는데 도망을 가더니만.. 큰녀석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썩었다. 차이점은 큰 녀석은 상대적으로 닦기 힘든 윗니 쪽이 썩었는데 이 녀석은 아래쪽 위주로만 썩음. 한쪽 두개를 치료하고 씌운다.둘째, 엄청나게 운다.지금까지..

[첫째 이야기] 도서관 대출증 만들었어요.

유치원에서 도서관을 가끔 가는데그 때 대출증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아들 녀석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아 주말에 도서관 갈래? 하니 흔쾌히 간다 한다.토요일은 어찌어찌하다보니 못 가고 일요일.. 비오는 데 아들과 나란히 우산 쓰고 다녀왔다. 가는 길목에 이렇게 국화로 꾸며놓은 곳이 있어서 서보라고 하고 찰칵.유치원에서도 어색하게 웃는 사진이 올라오던데딱 그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접대용이랄까.. 자연스럽지 못한 웃는 얼굴.7살이니.. 이런 표정이 가능한가부다. (스티커를 붙여놔서 자연스럽게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보면 눈이 참 어색함)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어린이 도서관이 참 잘 되어 있더라.그래서 그런가..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꽤 많다.부모와 색인을 따라 책을 찾는 아이들도 있었고 무작위..

[둘째 이야기] 다래끼 왜! 왜!

어제, 작은 녀석 왼쪽눈두덩이가 부어있다. 불안하다. 제발 가라앉길 바랬다. 오후 나절엔 민간요법인 속눈썹 뽑기를 해봤다. 하나 간신히 뽑았다. 두어번 시도해봤지만 애들이라 그런가 안뽑힌다. 애도 넘 싫어해서 그만두었다. 난 눈이 간질간질, 느낌이 쎄하면 속눈썹을 뽑는다. 그러면 시원해지곤 해서 아들에게도 그리 한건데 나같지 않은가부다. 전에 큰넘도 다래끼가 난 적 있었는데 병원을 차일피일 미루다 늦게 가서 결국 째서 고름을 빼냈었다. 그것도 적당한 시기가 있었던건지, 아직도 큰 아이 눈에 다래끼흔적, 정확히는 고름덩어리가 있다. 둘째는 큰애보다 예민한 아이라 오늘 아침에도 눈이 아파서 뜰수가 없다고 울었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병원에 데려가주기로 했는데 아직 다녀오진 않은 상황 내년3월 큰애 학교 가는 ..

[엄마 이야기] 너희들 덕분이다

어느 순간부터 난 누구때문에. 란 소리 대신 누구 덕분에. 란 소릴 하고 산다. 아마도 애들이 태어나고 너 때문에 못살겠다 란 말을 하지 말란 글을 본 이후일 것 같다. 다 나쁜 뜻으로 말하는 건 아니겠지만 왠지 그 소릴 하기 싫어서 덕분에! 라 한다. 때문에 는 변명이나 핑계같은 말에 많이 붙이고 덕분에는 좋은 의미의 말에 많이 쓰여서 그런 느낌이 더한 것일듯. 그래서인가 애들이 자기 싫어해서 잠 못 잔 다음 날에도 몹쓸(ㅋ)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덕분에 난 애들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애들이 없는 과거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고작 단어? 하나의 힘이 이리 크다니. 요즘 애들은 나와 반대로 엄마때문에! 아빠때문에!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나도 그렇게 했겠지. 그래도, 언제고..

[첫째 이야기] 엄마, 나 죽기 싫어요.

어제밤, 잠자리에서 큰 녀석이 대뜸 이런다. 사실, 녀석이 이런소릴 한지는 몇달되었다. 자긴 죽는 게 너무 무섭단다. 아픈 것도 다 나았으면서, 누가 들으면 무슨 중병이라도 앓고 있는 줄 알겠다. 그러면서 백살, 이백살, 삼백살, ... 구백살, 엄마 구백 다음이 뭐예요? 천살. 천살, 이천살, 삼천살, ... 육백천살 아니 육천살. 육천살, ... 구백천살 아니 구천살 구천살, 그 다음은 뭐예요? 만살 만살! 오래오래 살거예요. 이러고 있다. 아들에게 너무 오래 살면 인생이 재미없을 거라고 그리고 오래오래 살려면 잠도 잘 자야하고 밥도 잘 먹어야하고 운동도 해야한다고 해주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잠이니 어서 자라! 자는 듯 하더니 죽으면 땅에 묻히잖아요. 땅에 묻히면 어떻게 되요 라고 또 묻는다...

[형제 이야기] 바톤터치

큰넘이 거의 다 나아가는 이 시점에 둘째가 기침을 한다. 어제 밤엔 기침하다 힘드니까 짜증내며 운다. 그나마 예상가능한 병명이라 일찍 항생제를 먹은 덕?인지 고열은 덜하다. 대신 둘째 단골 메뉴인 중이염 발병. 오늘 대디가 병원 갔다가 큰 넘은 처방받았던 약 먹고 끝이지만 둘째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단 소릴 들었단다. 하아. 주거니 받거니는 사양하고 싶다. 예전에 두드러기로 얼굴과 온몸이 팅팅 부었을 때의 둘째. 어린이집을 안간지도 꽤 되었네. 하도 안가서 그런가 형 따라 유치원 가겠다는데... 빨리 나았음 좋겠다.

반응형